메타버스의 미래를 긍정하든 부정하든, 이미 수많은 사람이 메타버스에서 살고 있다. 대상을 청소년으로 한정했을 때, 학교와 학원 다니는 시간을 제외하면 실재 세상보다 메타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경우도 이미 부지기수일 것이다. 말 그대로 현재 진형형인 ‘새로운 세계’다. 그곳에도 현실처럼 욕망이 있고, 관계가 맺어지고, 희로애락이 있을까?
이희영, 심너울, 전삼혜 작가가 메타버스를 소재로 각각 집필한 단편 소설 모음집 <로열 로드에서 만나>를 읽으면 메타버스가 주류가 된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있다.

이희영 작가가 쓴 표제작 「로열 로드에서 만나」 속 세계는 VR 기기 ‘포르타’가 있어야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중에서도 ‘로열 로드’는 ‘추가금’을 낸 사용자만이 입장할 수 있는 명품 거리의 이름. 주인공 채이는 빠듯한 형편 때문에 실재 세계에서는 엄두도 못 냈던 값비싼 명품을 구매하는 맛에 빠지고, 결국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른다.
심너울 작가가 쓴 「이루어질 수 없는」 의 주인공 최진호는 영국에 가기 위해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매일 매장에 찾아와 빵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뺀 꿀 귀리 샌드위치만 먹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알려준 진실에 의하면 최진호의 세상은 메타버스 세계다. 본인은 메타버스 세계를 관리하는 회사의 직원이라 밝힌 그녀는 왜 최진호에게 진실을 알려주려 할까? 가짜에서의 삶은 진짜보다 항상 열등할까? 최진호의 선택은 독자를 아찔하게 만든다.
전삼혜 작가의 「수수께끼 플레이」는 메타버스 세상 내에서 이뤄질 것이라 예상되는 청소년들의 관계 맺기를 파고든다. 학교에서 제공한 메타버스 게임을 통해 학교생활을 미리 배워야 하는 윤가람은 게임 속에서 호감이 가는 친구 ‘플레이어 004’를 만난다. 서로 도와가며 미션을 완성하던 윤가람은 그에게 이름을 묻지만 004는 알려 주길 거절한다. 윤가람은 처음엔 마음 상하지만, 004를 존중하기로 한다.
세 작가의 작품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메타버스가 바꿔놓을 세상을 이야기하지만, 독자에게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메타버스가 현실에선 경험할 수 없는 자신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넓히는 공간으로 사용되지만, 그곳에서도 책임의 문제는 뒤따른다는 사실, 메타버스가 현실 세계에 종속된 세계일 뿐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한계,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생각의 틀로 과감히 전환하는 용기까지, <로열 로드에서 만나>는 책이 끝나도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다행히 책의 뒷부분에 심완선 SF 평론가, 김영희 국어 교사, 김담희 사서 교사의 특별 대담이 실려 책을 좀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메타버스가 바꿔놓을 미래가 궁금한 독자는 물론이고, 경계를 걷는 청소년들의 세상이 궁금한 어른들이 봐야 할 책이다.
▶에듀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에듀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