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입시

[2021 고입 전망] 정시 확대, 의대 금지로 영재학교·과고 경쟁률 떨어질까? “글쎄”

입력 : 2020-02-18 09:10:00 최유란 기자

[2021 고입 전망] ① 영재학교·과학고


《2021학년도 고입이 곧 개막한다. 다음 달 말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영재학교를 시작으로 전기고인 과학고(과고), 후기고인 외국어고(외고)·국제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그리고 일반고 입학전형이 차례로 진행될 예정이다. 입시는 매년 예측과 대비가 어렵지만, 올해 고입은 더욱 쉽지 않다. 지난해 말 고교체제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이 발표된 뒤 처음으로 진행되는 고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2025년부터 외고·국제고, 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고 영재학교와 과고의 선발방식 등도 개선해나가겠다는 강도 높은 개편 내용이 담겨 당장 올해 고입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021학년도 고입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2024학년도 대입 변화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에 따른 지각변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에듀동아>는 ‘2021 고입 전망’ 시리즈를 △영재학교·과고 △외고·국제고 △자사고의 순으로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고입 전문가들과 함께 고교 유형별로 올해 입시 흐름을 읽어본다.》


 


동아일보DB


지난해 말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이 발표된 뒤 새롭게 주목받은 곳은 영재학교와 과고였다. 외고·국제고, 자사고와 달리 기존 고교체제 개편 논의에 포함되지 않던 곳들이기 때문이다. 2025년 일괄 폐지가 결정된 외고·국제고, 자사고만큼의 강도는 아니었으나 영재학교와 과고의 경우에도 고입 단계의 사교육 유발 요인 해소를 이유로 영재학교 지필평가 폐지, 영재학교·과고 지원 시기 동일화 등 선발방식 개선 검토가 예고돼 이들 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당장 올해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고교서열화 해소방안과 비슷한 시기 발표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이다. 여기에는 2023학년도부터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고 출신 고교의 후광효과를 가리기 위한 블라인드 평가를 전체 대입전형에서 실시하는 등 주로 수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영재학교·과고 학생의 대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학령인구 감소에도 오히려 경쟁률이 오르거나 거의 변동이 없어 더욱 높아진 인기를 과시했던 이들 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던 상황. 특히 후기고로 통상 12월 중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외고·국제고, 자사고와 달리 영재학교와 과고는 당장 각각 다음 달과 오는 8월 중 원서접수가 시작될 예정인 만큼 더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보는 올해 영재학교·과고 입시 전망은 어떨까.


○ 정시 확대로 대입에서 불리? “학종은 그대로”

고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대입이다.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는 성공적인 대입을 바라보고 고교를 선택한다. 올해 영재학교·과고에 진학하고자 하는 이들 또한 해당 대입인 2024학년도 대입을 염두에 두고 학교 선택을 저울질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해 말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을 통해 2023학년도부터 정시가 대폭 확대되고 수시 특기자·논술전형을 단계적으로 폐지되는 등 대입제도 변화 폭이 커짐에 따라 올해 영재학교·과고 입시를 준비하던 이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기존 이들 학교 학생은 정시보다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특기자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해왔기 때문이다. 고교의 후광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고교 프로파일이 폐지되고 블라인드 평가가 전면 시행되는 점 또한 영재학교·과고 진학을 준비하던 이들에겐 불리한 변화로 다가온다. 급격히 정시가 확대되는 대입제도의 영향으로 꾸준히 높은 입학 경쟁률을 보인 영재학교·과고의 인기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 이유다.

그러나 고입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예고된 2024학년도 대입이 영재학교·과고 학생에게 불리하지 않기에 올해 입학 경쟁률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창식 엠베스트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시가 확대되고 수시 특기자·논술전형은 폐지되나 영재학교·과고 학생들의 주요 입학 통로인 학종은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며 “특히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이 학종에 적용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있는데 이는 대체로 수능을 준비하지 않는 영재학교·과고 학생들의 부담을 낮춰주는 것은 물론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도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학종도 바뀌지만… “대안 없기에 경쟁력 여전”

그런데 교육당국은 정시 비율뿐 아니라 학종의 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영재학교·과고 학생들이 경쟁력을 보였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비교과 영역에 대한 평가를 대폭 축소하는 한편 고교별 특성을 고려한 정성평가도 공정성을 이유로 ‘블라인드’ 상태에서 평가하기로 한 것. 이 때문에 영재학교·과고 학생들의 상대적 유리함은 사라지고 오히려 치열한 내신 경쟁에서의 불리함 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비교과 영역 축소로 수시에서 고교 내신이 강화되는 추세 또한 영재학교와 과고에 크게 불리할 것이 없다는 진단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고교의 내신을 강화하는 변화도 예고됐는데, 이는 단순히 성적의 높고 낮음을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학생별 처한 상황에 따른 성취 수준을 보겠다는 것이며 학종의 경우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 영재학교·과고에서 충실히 학교생활을 한 학생이라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면서 “이를 학생과 학부모도 잘 알고 있기에 영재학교·과고는 올해도 높은 경쟁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교 프로파일 폐지와 블라인드 평가 등 출신 고교의 후광효과를 차단하는 조치 역시 영재학교·과고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다. 김진호 목동 씨앤씨학원 특목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들 학교의 교육과정이 워낙 다른 학교와 다른 만큼 블라인드 처리를 한다 해도 차별화될 것”이라면서 “학생부가 축소되며 면접이 추가되거나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서도 이들 학교 학생은 강점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결국 대입제도 변화로 인해 올해 영재학교·과고 경쟁률이 하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

김 소장은 “수요가 몰리는 상위권 대학의 경우 아무리 대입제도가 변한다고 해도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까지 예고된 2024학년도 대입제도로 좁혀 봐도, 학종으로 대학에 진학할 영재학교·과고 학생이 불리해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이공계열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 분야에선 영재학교·과고 외 더 좋은 대안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인기가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지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학령인구 자체가 감소함에 따른 변수는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의대’ 진학 금지 조치 강화가 가져올 변화는?

영재학교와 과고의 개선 포인트로 ‘선발방식’을 콕 짚어 우려를 자아냈던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의 경우 당장 올해 고입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단기간에 준비하기 어려운 입시 특성상 사전 예고 없이 지필평가를 폐지하거나 모집 시기를 조정하는 등의 큰 변화를 감행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학년도 입학요강을 가장 먼저 발표한 경기과고의 입학전형 계획을 보면 서류와 영재성검사, 영재캠프로 이어지는 3단계 입학전형과 모집 시기 등이 기존과 같이 유지된다.

그러나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의 여파로 상위권 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가 내놓은 ‘2021학년도 서울과학고 선발제도 개선 및 이공계 진학지도 강화방안’은 당장 올해 영재학교 입시를 흔들 수 있는 변수로 관심이 쏠렸다. 2021학년도 입학생부터 의학계열 대학 지원 시 3년간 지원되는 1500만 원가량의 교육비와 장학금을 환수하며 교내대회 수상실적도 모두 취소하기로 하는 등 강도 높은 ‘의대’ 진학 금지 조치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영재학교·과고의 경우 기존에도 신입생을 모집할 때 의학계열 지원 시 장학금을 반납하거나 교원의 추천서를 받을 수 없다는 유의사항을 내걸긴 했으나 이처럼 불이익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었다.

자연계열 최상위 학생들이 모여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영재학교·과고에는 그간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의학계열 진학을 목표로 입학하는 학생이 꾸준히 발생해왔다. 서울과학고의 경우 의학계열 진학자 수가 특히 많았던 학교다. 2016~2019학년도 졸업생 중 의학계열에 진학한 학생이 전체 졸업생 457명 중 104명으로 5명 중 1명에 달했을 정도다. 그러나 2021학년도부터 의학계열 지원 시 불이익 조치가 강화되며 의학계열 진학을 염두에 두고 영재학교·과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줄어들어 경쟁률과 합격선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또한 올해 영재학교·과고 경쟁률 하락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호 소장은 해당 조치가 크게 실효성이 없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기존에도 영재학교·과고는 의학계열 진학 학생에 불이익을 줘왔다”며 “이번에 서울과학고가 관련 조치를 명시하긴 했으나, 고교 선택을 바꾸거나 의학계열 진학을 포기할 정도의 여파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의학계열 진학을 목표로 영재학교·과고에 입학하는 학생이 많지 않기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소장은 “서울과학고가 유독 의학계열 진학자가 많긴 했으나, 다른 영재학교·과고의 경우는 원래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식 책임연구원도 “영재학교·과고에서 의학계열에 진학한 학생의 경우 처음부터 의학계열을 목표로 했다기보다는 고교 진학 후 진로 목표를 바꾼 사례가 많기 때문에 서울과학고가 보다 강력한 조치를 내놓았다고 해도 경쟁률 등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영재학교·과고의 경우 일반적으로 중학교 입학 단계부터 장기간에 걸쳐 준비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지원을 쉽게 포기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 올해 이들 학교 입시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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