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

체험학습 보고서를 결석 위한 ‘땜빵 서류’로만 믿다간? 열걸음 뒤쳐진다

입력 : 2018-05-30 18:38:09 김지연 기자

나들이의 달 6월, 체험학습 계획서·보고서 작성 TIP






 

6월이 성큼 다가왔다. 6월은 강렬한 더위에서부터 살짝 빗겨가 있기 때문에 가족 나들이를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달. 더욱이 올해 6월에는 6일(현충일)과 13일(지방선거) 등 공휴일이 두 번이나 껴있다. 문제는 두 공휴일 모두 수요일이라 3일 이상의 연속 연휴를 갖기는 어렵다는 것. 이에 일부 가족들은 월·화 또는 목·금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에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자체 단기방학을 만들기도 한다. 

 

이때 학생들은 학교를 빠지는 대신, 학교 밖의 생생한 현장에서 특별한 공부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당 기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설명하는 ‘현장체험학습 계획서’를 제출한다. 이 계획서는 예전에는 학교를 합법적으로 결석하기 위해 제출하는 통상적인 서류에 불과했을지 몰라도 요즘은 그렇지 않다. △계획 단계에서부터 고심하여 체험학습 장소를 선정하고 △현장에서 깊이 있는 탐구활동을 한 뒤 △그 내용을 체험학습 보고서에 자세하게 담아내는 학생·학부모들이 많은 것. 이 과정에서 사고력, 글쓰기 역량을 골고루 신장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경험이 추후 영재반이나 영재학교 등에 진학하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믿어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체험학습을 그냥 ‘노는 날’로만 이해했다가는 열 발 뒤쳐지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나들이의 달 6월을 어떻게 특별한 체험학습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그 내용을 계획서와 보고서에 어떻게 담아내야 할까? 



 


○ 장소 선정, 부모만 나서면 역효과


 

체험학습의 첫 단추는 ‘좋은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다. 특정 장소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교과서를 참고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나이가 어린 초등생일수록 낯선 개념을 새로 주입하는 것보다 교과서에서 한 번 배운 내용 자연스럽게 떠올리면서 지식을 ‘체화’하는 과정을 갖는 게 교육적 효과를 보다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이때 부모가 장소를 일방적으로 골라주기보단 자녀와 함께 골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즐겨야 할 체험학습을 ‘시켜서 하는 숙제’로 받아들여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 먼저 자녀가 관심이 있는 과목의 교과서를 함께 살펴보며 방문지를 추려보자. 예를 들어 초등 4학년 자녀가 평소 공룡에 관심이 많다면 과학 교과서의 ‘지층과 화석’ 단원과 연계시켜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또는 ‘국립과학박물관’을 후보군으로 뽑아보는 식. 또 초등 6학년 중 역사나 예술에 흥미를 가진 아이가 있다면 대구에서 열리는 ‘간송 조선 명품회화전’을 찾아가 국어 교과서에 실린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 속 작품들을 실제로 만나보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하나의 박물관, 또는 전시회가 아니라 여러 명소를 둘러보며 여행 느낌을 내고 싶다면 역사 명승지 탐방이 좋다. 특히 초등 3학년의 경우 ‘우리 고장의 명승지 답사’가 사회 교과 과제로 주어지는데, 강화도의 경우를 예로 들면 △초지진 △고려궁지 △광성보 등을, 수원의 경우를 예로 들면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을 함께 둘러보는 것. 자녀와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제도 해결되니 일석이조다.

 

 



○ 사전조사는 책으로만? ‘영상’도 좋은 도구


 

장소를 정했다면 관련 자료를 사전 조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속담처럼 해당 내용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을수록 보다 많은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경지식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책’을 떠올리기 쉽지만 반드시 책읽기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 현장체험학습의 목표가 학습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를 북돋는 것이니만큼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서다. 대체재로 아이들에게 친숙한 ‘영상’을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소프트웨어교육을 이수한 자녀가 로봇을 좋아한다면 로봇박물관을 체험학습 장소로 결정하고, 방문 전 ‘에이 아이’나 ‘빅 히어로’ 등 로봇을 테마로 한 영화를 시청하는 식.

 

사전에 박물관 또는 전시관의 ‘전시 흐름’을 이해하는 것도 좋다. 가령 앞서 말한 사례처럼 자녀가 공룡에 관심이 많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방문했다고 해보자. 여기서 공룡 관련 전시는 ‘중생대존’에서 이뤄지는데, 중생대존 앞뒤로는 고생대존과 신생대존이 있다. 중생대뿐만 아니라 고생대·신생대 당시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으며 무엇이 가장 큰 특징인지 간단하게 조사해본다면 자연스럽게 자연과학사에 대한 안목도 가질 수 있게 되는 셈. 신지영 장원교육 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사전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실제 체험학습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집중력도 더욱 높아진다”고 말했다. 

 

 



○ 보고서는 ‘형식’이 중요하다고? ‘감정’을 담아라


 

체험학습의 백미는 단연 보고서 작성. 아무리 많은 것을 보고 들었다 해도 이를 자기 나름대로 정리하고 기록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지 않는다. 하지만 형식적인 틀에 갇힌 보고서 작성을 강요하는 것은 금물이다. 신지영 장원교육 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경험을 스스로 정리하되, 느낀 점 또는 인상 깊은 것이 잘 드러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험과정에서 무엇을 느꼈고 무엇이 가장 흥미로웠는지 스스로의 ‘감정’을 돌아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고학년이라면 일부 체험학습현장에서는 제공하는 독특한 자체 보고서 양식을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가령 슬러시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 놀이공원은 ‘추운 겨울 강물은 얼고 바다는 얼지 않는 원리는 무엇인지 작성해보자’ ‘놀이공원에서 판매하는 슬러시를 찾아보고 어떤 과학적 원리가 숨겨져 있는지 설명해보자’ 등의 ‘문제’를 내는 자체 보고서 양식이 있다. 이를 활용한다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보고서에 녹여내 교육적 성취를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예로 중소벤처기업부는 경제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재래시장과 대형할인매장의 농수산물 가격 비교 보고서’ ‘상품의 생산지 조사 보고서’ 등을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시장과 할인매장의 장단점을 비교하거나 우리 고장에서 자라지 않는 작물이 어떻게 우리 고장에 오게 되는지 직접 조사해보도록 유도한다. 독특한 양식을 활용만 해도 특색 있고 깊이 있는 보고서 작성이 가능한 것. 

 

윤세진 유·초등 독서&키즈스피치 교육 컨설턴트는 “특정 보고서 양식을 모방해 스스로 문제-해결과정을 기록하고 조사도 병행한다면 눈에 띄는 보고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 보고서가 쌓이면 영재학교 등 자기가 지원하고 싶은 특정 기관에 제출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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