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입시

존폐 기로 선 자사고 대신 ‘뜨는’ 영재학교… 다음 주부터 줄줄이 원서마감, 결과는?

입력 : 2018-03-29 18:15:30 김수진 기자

2019학년도 입시 앞둔 영재학교의 인기 요인

 


자료사진

 

 

최근 몇 년 간 중학생 및 학부모가 가장 선호하는 고교 유형으로 손꼽히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지위가 위태롭다. 올해부터 자사고는 후기 일반고와 동일한 시기에 신입생을 선발해야 한다. 후기 고등학교보다 한 발 앞서 입시를 치르면서 우수한 학생을 선점했던 ‘학생 우선 선발권’이 사라지는 셈. 

 

이에 대해 자사고 측은 ‘동시선발은 자사고 폐지로 가는 수순’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족사관고, 상산고, 현대청운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 이사장들은 학생, 학부모와 함께 자사고․일반고 선발시기 일원화 조치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오세목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장(중동고 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반고 전환을 압박하지 말고 차라리 없애라”며 공개적으로 정부 조치를 비판했다. 

 

이처럼 자사고가 존폐 기로에 서면서 고입을 내다보는 학부모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자사고 대신 전기 고등학교로 남은 영재학교, 과학고에 쏠리고 있다. 특히 여러 해에 걸쳐 우수한 진학 실적을 거둔 영재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비상하다. 높아진 관심에 영재학교들도 “지난해보다 지원자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조심스러운 예측을 내놓고 있다. 

 

 

○ 입시 전문가들 “영재학교, 자사고 위기로 반사이익”

 

“자사고 폐지 이야기가 계속 나와서요. 일반고 가게 되더라도 영재학교 준비시키는 게 나으려나요?”

학부모들이 많이 모이는 수도권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글은 자녀를 특목고에 진학시키려 했다고 밝힌 학부모가 올린 글이다. 공교롭게도 이 글에는 “영재학교를 준비시키라”는 내용의 댓글만 달렸다. 또 초중고 학부모들이 교육 정보를 나누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사고, 외고 미래가 불안해지니까 다들 영재학교에 관심이 많아져 과열될까 걱정이네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 영재학교가 원서접수에 앞서 실시한 입학 설명회는 지역과 관계없이 연일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만원이었다. 한 영재학교 관계자는 “올해 설명회 참석자는 약 5000명 수준으로 집계하고 있다”면서 “지난해보다 1000여 명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재학교 한 곳의 신입생 선발 규모는 보통 100명 내외 수준이다. 

 

실제로 고입 전문가들은 “자사고 폐지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영재학교 입시가 과열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영재교육진흥법’에 근거해 설립된 영재학교는 설립 초기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재성에 초점을 맞춘 신입생 선발 방식과 일반 고교와 판이하게 다른 교육과정 등은 관심만으로 섣불리 지원하기 어렵게 만드는 진입장벽이었다. 그러나 학생,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았던 자사고가 더 이상 ‘선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영재학교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 

 

김창식 엠베스트 수석연구원은 “자사고를 준비하던 학생들이 영재학교로 선회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면서 “특히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등 대입 실적이 좋은 영재학교들 중심으로 입시 문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 뚜렷한 진학 실적이 영재학교 인기 견인 

 

 

 

 

영재학교들의 우수한 진학 실적은 이러한 분위기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서울 지역 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는 2018학년도에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서울대 등록자를 배출했다. 총 8개 영재학교 가운데 7개 영재학교가 2018학년도 서울대 등록자 수 기준 상위 20위권에 포진해 있다. 과거 몇 년간 서울대 진학 실적 상위 1, 2, 3위를 모두 전국 단위 자사고들이 휩쓸면서 자사고 진학 열풍이 불었던 것과 비슷하게 영재학교의 서울대 진학 실적이 영재학교 인기를 더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시대의 입시전략’ 저자인 김은실 김은실세븐멘토 대표는 “최근 엄마들에게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을 하는 기관이라기보다는 서울대와 같은 명문대에 들어가기 가장 유리한 코스처럼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영재교육을 하는 ‘영재학교’라서 간다기보다 모든 고등학교에서 제일 좋은 학교이기 때문에 가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학, 과학에 재능이 없는 전형적인 ‘문과형 아이’를 제외한 상위권 학생들의 일차적 목표는 영재학교다. 더욱이 중3뿐 아니라 중1, 중2도 지원이 가능한 영재학교의 특성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영재학교 준비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은실 대표는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 포석 격인 수학‧과학 경시대회 대비반, 올림피아드 대비반은 대치동 학원마다 미어터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수학·과학만 강조하는 과학고 비해 스펙트럼 넓다고 생각

 

그렇다면 왜 영재학교일까. 전기 고등학교로서 학생 우선 선발권을 갖는 고교는 영재학교 외에 과학고도 있다. 물론 과학고도 외고, 자사고와 함께 전기고로 분류되던 과거에 비해 올해 더욱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영재학교에 비해 같은 시‧도 단위 내에 학교로만 지원이 가능한 과학고의 파급력은 덜한 수밖에 없다. 광역 단위 자사고보다 전국 단위 자사고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은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일반 영재학교 외에 과학예술영재학교의 등장도 ‘흥행요소’가 되고 있다. 과학예술영재학교의 등장으로 인해 영재학교가 수학·과학에만 특출난 학생이 아니라 인문·예술적 소양이 더해진 융·복합 인재를 길러내는 학교란 인식이 강해진 것. 반면 과학고는 수학, 과학 분야에 특화된 교육을 하므로, 상대적으로 인문계열적 특성이 강한 학생들이 도전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크다. 

 

최영득 와이즈만 압구정센터 원장은 “최근 영재학교의 교육 기조에 세계화, 국제화가 더해지면서 몇몇 영재학교의 경우 영어를 못하면 졸업이 어려운 경우가 생기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수학, 과학에 자신 있는 국제중 학생들도 일부 영재학교 진학을 고려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을 하는 학교, 특성 고려해 지원해야”

 

영재학교 입시는 이미 시작됐다. 광주과학고가 가장 빠른 지난 26일 원서접수를 시작하면서 2019학년도 영재학교 입시의 시작을 알렸다. 4월 첫째 주에는 △대구과학고(2일) △대전과학고(5일)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6일)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8일)가 원서접수를 마감한다. 이어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 경기과학고, 서울과학고도 4월 중순까지 원서접수를 마감한다. 
 

 

높아진 인기만큼 올해 영재학교 지원자 수는 전년에 비해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진로진학에 대한 계획 없이 우수한 진학 실적에 기대 영재학교에 지원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최영득 원장은 “기존에 외고, 자사고를 준비하던 학습방법과 영재학교 입시를 위한 학습방법은 완전히 다르다”면서 “체계적으로 준비해 온 경우가 아니라면 합격 자체가 쉽지 않을뿐더러, 설사 합격한다 하더라도 자기 주도적인 탐구‧학습 능력이 매우 중요한 영재학교 교육 특성에 맞지 않는 학생들은 시행착오를 겪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조언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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